첫 고백, 첫 데이트, 첫 섹스.
[아이스버그 X 스팬담 / 질문 642번, 부고를 작성하라.]
W.잭모리스
‘내가 미쳤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제안을 수락했을 리가 없다. 저 비열한 시장 녀석이 저녁으로 마신 와인에 무슨 짓을 했을 거라며 스팬담은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체스나 한판 어때? 지는 사람이 소원을 들어주는 거지.’
‘하! 그 말 후회하게 해주지. 내가 체스만 몇 년을...!’
그는 그렇게 자신했던 한 시간 전의 자신을 죽이고 싶었다. 체스만 몇 년은 개뿔! 실력을 자랑하는 자신에게 큰일이군. 하며 인상을 찌푸렸던 아이스버그가 체크메이트를 통보한건 고작 20분만의 일이다. 한판 더! 라고 외쳤던 것이 무색하게도 결과는 3전 3패.
“사기꾼 자식...!”
욕지거리를 내뱉은 스팬담이 두 팔로 얼굴을 가린다. 그러지 않고선 이 상황을 버틸 재간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면 안 되지.”
웃음기 어린 목소리 뒤로 뻗어온 손이 스팬담의 팔을 풀어 올린다. 잊은 지 오래였던 새카만 밤 속에서 한쌍의 눈동자가 저를 똑바로 마주한다. 그 시선을 피해 스팬담은 슬쩍 몸을 밀어 올렸다.
“조심.”
그런 도망을 가만히 보고만 있던 아이스버그는 침대 헤드에 머리가 부딪히기 직전, 스팬담의 허리를 도로 끌어당긴다. 전직 조선공의 힘에 어린애마냥 끌어내려진 스팬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일어나려는 가슴팍을 지그시 누르는 손은 그를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잠,잠깐.”
“침대에선 협상 안 하는 타입이라. 미안.”
그러나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아이스버그는 흘러내린 머리를 쓸어 올린다. 미안하면 멈추라고 미친놈아! 그러나 스팬담이 항변하기 전, 이미 입구에 문질러지고 있던 살덩이는 기어코 비좁은 틈을 파고든다. 고통으로 움츠러드는 스팬담에 덩달아 아이스버그가 인상을 찌푸렸다.
“...쌤ㅌ..”
쌤통이다. 용케 힘들어 보이는 얼굴을 분간해낸 스팬담은 그 순간에도 그런 생각을 했다. 내가 이렇게 아픈데 너도 아파야지. 아마 그는 조금 킬킬 웃었을 것이다. 맞붙은 몸이 떨리는 것을 느낀 아이스버그가 몸을 숙여 속삭인다.
“힘 빼.”
금방 끝날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손은 엉덩이를 쥐고 벌리고 있었다. 금방? 솔깃한 스팬담이 잠시 긴장을 푼 사이였다.
“-!”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단단한 살덩어리가 허락도 맡지 않고 제멋대로 밀고 들어온다. 불시 간에 씹은 혀도 얼얼한 엉덩이도 아파 스팬담의 눈앞이 부옇게 흐려졌다. 그래도 이제 끝난 건가?
“끝났.....”
“아직, 조금만 더 넣으면 되겠네.”
그리고 아이스버그는 스팬담이 그 말을 알아듣기 전, 몸을 일으켜 강하게 성기를 치어 올렸다. 으악! 스팬담이 품위 없는 비명을 내질렀다. 기어코 뜨뜻한 눈물이 눈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그 상태로 눈을 깜빡이자 시야는 한층 맑아졌지만 스팬담을 오히려 그것을 후회했다.
“이제.”
잠시 참아내듯 멈춰있던 아이스버그가 가슴팍에서 옅게 떨리는 허벅지로 손을 옮긴다. 엉덩이에서 오금까지 손가락으로 천천히 쓸어 올리면서도 시선은 스팬담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마침내 무릎 안쪽을 받쳐 든 아이스버그는 나른하게 웃었다.
“준비는 끝났고, 시작해도 괜찮지?”
“...뭐? 야 지금 뭐...”
스팬담은 그가 지금 매우 정상에서 벗어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깐, 소리 지르려던 입은 다가온 입술에 막히고 만다. 불행히도 안다고 해서 그의 미래가 바뀌는 일은 없었고 아이스버그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발, 이...개새끼야! 내...내가 너를, 반드시..쳐, 넣고...말겠어.”
아이스버그가 얕게 쳐올릴 때마다 스팬담은 끊어지는 음성으로 끊임없이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자꾸만 위로 도망가는 몸을 도로 끌어내리는 시간은 이미 지났고, 그의 머리 위엔 침대헤드에 박지 않도록 베개를 대준 친절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침대 위에서 하는 욕이, 어떤 의미인지 모를 나이는 아닐 건데.”
“그딴 게, 무슨... 상관이야!”
그 친절을 베푼 당사자에겐 더 이상 베풀어줄 친절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오기에 받힌 스팬담의 거친 언사에 아이스버그가 입매를 끌어올린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내일 움직일 수 있는 쪽이 좋을 거라고 생각을 뿐이야.”
빠듯하게 안을 채우고 있던 살덩어리가 아주 느릿하게 빠져나가는 느낌에 스팬담의 목뒤로 옅게 소름이 솟아난다. 오톨도톨하게 올라오는 소름 위로 숨결이 내려앉자 스팬담은 어깨를 움츠렸다. 아이스버그는 그 위로 몇 번이고 가볍게 입술을 내렸다.
쵹, 쵹. 가벼운 키스와 느릿한 움직임에 스팬담은 기어코 그 원흉의 손목을 그러쥔다. 땀으로 자꾸만 미끄러지는 손이 손목에서 팔뚝까지 방황하며 올라오는 것을 아이스버그는 친절하게 들어 목뒤로 둘러준다.
그리고 천천히 빠져나가던 속도가 무색하게 단번에 퍽, 쳐올렸다.
“흐어,흑.”
그 갑작스러운 자극에 스팬담은 급히 숨을 삼켰다. 조금의 틈도 없이 빠듯하게 맞물린 내벽이 조여든다. 아이스버그의 입매가 굳게 다물렸다. 그르렁거리듯 만족스러운 숨소리가 목 안쪽에서 울려 퍼진다. 버티지 못하고 떨어진 손이 방황하다 베개를 쥐어뜯었다.
“흣, 아 십..!”
간신히 신음을 삼키는데 성공한 스팬담이 붉어진 눈매로 눈을 치뜬다. 어지간히 고집스럽네. 웃을 자제력이 남아있지 않은 아이스버그는 그런 스팬담을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제 머리를 헤집었다.
‘그 점이 귀엽지만.’
중증이다. 그렇게 판단한 아이스버그는 뭉근하게 안쪽을 내리눌렀다. 흐윽. 숨을 들이쉰 스팬담이 입술을 깨문다. 뾰족하게 선 그 입술에 입 맞춘 아이스버그는 입술을 떼지 않은 채 소근거렸다.
“소리 그냥 내는 게 어때? 어차피 나밖에 안 듣잖아.”
“네놈이니까 참는 거다! 마음대로 해줄 거 같아?!”
“엄머, 남들 앞에서 내고 싶...”
닥쳐! 소리 지른 스팬담이 베개를 들어 어깨를 내려친다. 그럼 계속 참아보던가. 말한 아이스버그가 잠깐의 휴식은 그만두고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멋대로 치고 나갈 때마다 스팬담의 눈앞은 점멸을 반복한다.
뚝뚝 눈물을 흘리면서도 입술을 무는 스팬담을 보며 아이스버그는 가슴 아래 어딘가에서 응어리진 감정을 느꼈다. 동정심과 가학심이 동시에 끓어오르는 그 모순적인 감정에는 붙일만한 이름이 없다. 풀 곳 없는 답답함에 이를 악문 아이스버그가 스팬담의 허리를 쥐고 힘껏 찔러 올렸다.
“아..!”
한숨처럼 토해지는 신음,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아이스버그가 벌어진 입술 사이로 제 손가락을 비집어 넣는다. 굳은살이 박힌 투박한 엄지가 제멋대로 입안을 헤집었다. 덕분에 삼키지 못하는 침에 스팬담이 인상을 찌푸린다. 뭐하는 짓이냐, 시선으로 묻는 스팬담에게 대답해주지 않은 채, 아이스버그는 움직임을 계속한다.
“읏, 아흑.....하, 아!”
타액과 신음이 섞여 흐른다. 끊어버릴 듯이 손가락을 물어뜯어보아도 몸을 두드리는 성기에 금새 도로 입술이 열렸다. 수치심과 쾌락의 열이 퍼진 얼굴로 스팬담이 숨을 삼킨다.
“으아, 흐-, 하! 자-ㅁ.”
아이스버그는 남은 손으로 스팬담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움직였다. 손가락을 치워내고 싶은 듯 손목을 움켜쥔 손이 떨린다. 마주 닿은 아랫배 사이가 젖어드는 느낌이 났다.
“흐윽...!”
그리고 순간, 바들바들 떨리는 엉덩이 한쪽에 깊게 우물이 패인다. 스팬담에게서 넘친 뜨끈한 액체가 마주 닿은 아이스버그의 배 위로 쏘아졌다가 다시 아래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절정을 겪은 몸 안쪽이 경련하듯 움직이며 그의 성기를 조인다. 거칠어진 숨소리를 숨기지 않으며 아이스버그는 다시 한 번 세차게 내리 꽂았다.
눈앞이 하얗게 번진다. 최고점까지 치솟은 쾌감이 파도처럼 그를 휩쓸었다.
몇 번 더 잘게 추켜올린 아이스버그가 몸을 멈춰 선다. 울컥, 그때마다 밀려드는 액체가 몇 번이고 안을 적실 때마다 이미 절정을 끝낸 스팬담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하아.”
이를 악물고 있던 아이스버그가 천천히 숨을 뱉어낸다. 그 정도의 움직임에도 한껏 예민해진 스팬담이 어깨를 움츠렸다.
늘어져있던 스팬담이 혀로 손가락을 밀어낸다. 이번엔 아이스버그도 순순히 손을 거두었다. 체크하듯 턱을 이리저리 매만져보던 스팬담은 마침내 숨을 완전히 고른 후, 입을 열었다.
“헤어져, 씨발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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