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거리를 달리고 있었다. 어두컴컴한 새벽. 동이트기까지는 너무 오래 남은 시각이다. 하나같이 불이 꺼진 집들은 그가 비명을 지른다고 해도 내다볼 사람하나 없다는 사실을 말한다. 등 뒤를 바짝 쫓는 기척, 때문에 남자는 달리는 발을 멈추지 못했다. 입안에서 단내가 난다.

 

씨발.”

 

남자는 욕을 읊조렸다. 그는 원래 쫓기는 입장이 아니었다. 쫓기는 자가 아닌 쫓는 자. 사냥당하는 자가 아닌 사냥하는 자. 남자는 포식자다.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났고 그건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을 형질이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그는 쫓기고 있었고 몰리고 있었다.

 

그것도 같은 포식자에게.

 

남자는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포식자가 왜 포식자를 사냥한단 말인가. 가끔 아주 드물게 그런 경우가 있었지만, 그건 힘의 우위를 정하기 위한 마운팅 같은 행위였다.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상황과 다르다.

 

마치 토끼몰이처럼....’

 

선뜩 뒷목의 솜털이 선다. 목 뒤를 움켜쥐는 듯한 감각. 남자는 본능적으로 골목 안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자 칭찬하듯 기척이 조금 멀어진다. 그는 입안의 살을 짓씹었다. 누군가 그를 유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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